속도는 이정표를 보지 못하게 한다. 너무 빠른 속도는 우리에게 '방향감각'을 잃게 만든다. 등산을 하다가 조난을 당한 적이 있다. 해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 큰 길로만 내달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만 이정표를 보지 못한 것이다. 더 빠르게 달리면 달릴수록 나는 이르러야 할 곳과 멀어졌다. 속도를 내면 낼수록 이정표는 안중에 없었다. 그럴때 믿는 것은 자기 확신 뿐이다. 길이 사라지고 날이 어두워질수록, 돌아가야 할 길이 아득하게 멀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속도의 노예가 되어 갔다.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더 빠른 속도가 나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 주리라 기대한 것이다. 영적조난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기 정당화다. 영적 여정에서 이정표를 무시한 것을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묵상 여정의 이정표는 성서와 성령과 성도다. 느릿하게 걸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우리의 온 몸을 수신기로 사용하여 말씀하시는 성령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앞서 본 대로 영적 여정의 동반자인 공동체와 더불어 걸울 수 있다. 그것들이 늘 내 속을 드나들면서 내 안의 길을 내도록 허용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